표현이 바뀌면 생각의 속도가 달라진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숫자를 아래와 같이 사용하였다.
숫자를 왼쪽에서부터 붙여서 높은 단위 부터 낮은 단위를 썻다..
예를들어
4 = IIII (1+1+1+1)
7 = VII (5+1+1)
21 = XXI (10+10+1)
35 = XXXV (10+10+10+5)
낮은 숫자가 높은숫자 왼쪽에 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빼기를 의미한다
차라리 5에서 하나를 빼자
라는 생각을 하였을 것이며
4 = IV (-1 + 5)
40 = XL ( -10 + 50 )
400 = CD ( -100 + 500 )
이런 규칙이 추가했다.
개수가 많아지면 4인지 3인지 (IIII, III) 구별이 잘 안가는 것 때문일 수도 있고
획수를 줄이기 위함일 수도 있겠다
이렇듯 로마의 숫자 셈의 원리는 더하기와 빼기이다.
더하기 빼기에 기반한 이 방법은 직관적이고 숫자를 세는 아주 좋은 방법처럼 생각되지만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숫자의 단위가 커지면 알파벳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큰 수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두 숫자를 더하거나 빼거나 곱할때 상상하기 싫을 만큼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럼, 중국의 수 체계는 어땠을까?
우리에겐 중국의 수체계 역시 친숙하다.
사천오백오십이 처럼 발음하는 그 대로가 중국의 수체계 였기 때문이다.
로마 숫자체계가 더하기와 빼기 기반이라면 중국의 수체계는 곱하기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3000 을 로마는 MMM 이라고 쓰지만
중국에서는 삼천(三千) 이라고 쓴다.
3 x 1000 를 나타내는 단위 인 것이다.
이렇게 표현만 바뀌어도 숫자를 읽거나 셈을 하기가 편했다.
적어도
MMM 보다 삼천(三千)
글자수가 작다.
두글자로 한 자리수의 10개의 수를 표현할 수 있다.
10 십
20 이십
30 삼십
40 사십
..
90 구십
한 단위수에 최대 네글자가 필요한 로마의 수 표기법보다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중국의 수 표현법에도 개선할 점이 남아있다.
바로 자리수를 표시하는 문자(십, 백, 천, 만)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리수를 표시하는 문자들을 안쓰고 수를 표현할 순 없을까?
만약 자리수를 나타내는 십,백,천,만 단위가 없다면
4032 四 三 二
4302 四 三 二
4320 四 三 二
숫자의 배열이 같고 자리수 하나가 비어있는 중국 숫자에서는 구분할 방법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비어있음을 의미하는 0 이었다.
0으로 인해 자리수 자체가 숫자를 의미하도록 만든 게 지금 현대 전세계인들이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숫자 체계 인도-아라비아 숫자 체계이다.
(원래는 인도에서 만들어졌으나 아라비아상인에 의해 유럽에 전파되어 아라비아 숫자라고 불린다.)
인도-아라비아 수 체계는 단위에 해당하는 문자(십,백,천,만)을 배울 필요도 없었으며
두 숫자의 비교도 더욱 쉬워졌다.
모든 숫자를 열가지기호로 표현하는 아주 창의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고대 로마의 권력층은 이 효율적인 인도-아라비아 수체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의 기득권을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모든 혁명은 파괴를 동반한다고 했던가.
비효율적인 수체계는 그들의 기득권을 지켜주지 못했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금지를 한다 하여도 로마의 수체계에 비해 인도-아라비어 수체계는 너무나도 편리했다.
상인들은 상거라 시 이 수체계를 주로 사용하였고 전세계로 상공업에 인도-아라비아숫자 체계가 뻗어나갔다.
이 효율성과 편리함 덕분에 각 나라들은 언어와 문자는 달라도 수체계 만큼은 공유하게 되었다.
만약 수체계가 다르다면 무역이 얼마나 불편했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왜 수체계가 전세계 공통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표현이 바뀌면 생각의 속도가 달라진다.
로마의 수표기법, 중국의 수표기법, 인도 아라비아의 수 표기법
모두가 같은 수를 가리킨다.
그렇지만 효율적인 방법은 인류가 더 많은 숫자를 간편한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바꾸어 주었으며
상업과 공업을 눈부시게 성장시켰다.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바로 이 표현과 상징을 공유함에 있다.
인류가 이제껏 이루어 놓은 많은 지식들의 상징을 공유함으로써 생각의 비효율을 줄이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이 방식은 경우의 수, 다항식, 수열의 귀납적 정의, 확률 등에서 적용이 가능하다.
세로 나열, 사이사이 끼우기, 순환하는 순열 줄세우기, 좌극한 우극한 표로 나타내서 구하기 등등
개념은 알지만 단순 반복적인 일이 많고 시간이 오래걸린다면, 더 효율적인 표현이 없을지 생각해보자.